새를 파는 거리의 뒷편




새를 파는 거리가 있다. 식물원에 가려면 여길 반드시 지나쳐야 한다.
대만 사람들은 개도 많이 키우지만 새도 많이 키운다. 각 점포나 집에 우리에 들은 다양한 종류의 새를 봤다.
망고 여관 건물 1층 차를 파는 가게에도 독수리만큼 큰 새가 발목에 묵직한 사슬을 매달고 길목에 동상처럼 서 있었다.

새 시장을 지나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. 냄새도 냄새인데다가 어쩌다 눈에 띈 바닥 위 작은 새장엔
목숨이 시들어가는 여러 새들이 한데 서로 포개져 덩어리져 있었다. 그 걸 본 후로 더욱 다니기가 힘들었다.
그러다 나름의 해법을 찾았다. 거리 바로 뒷골목으로 다니는 거다.

거기서 짧뚱한 개를 만났다. 역시나 사슬에 묶여있고 매우 기운이 없어보였다.
가까이 가자 내게로 엄청 파고들었다. 냄새가 심했다. 큰 검은 눈동자에 푸르스름한 눈꼽이 섬처럼 떠 있었다.
내 검은 바지가 하얘지도록 부벼댔다.


어느 날 개가 고개를 파묻고 웅크리고 있었다. 누가 앞에 서 있는 것도 몰랐다.
원래 저런 자세로 잘 누워있는가.




그림을 다 그리고 일어서는데 누가 부르는 것 같았다.
건물 3층 베란다에 전에 본 빨간 티셔츠의 개 동거인이 담배를 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.
뭐라뭐라 묻는데 '화가' 비슷한 단어를 들었다. 그렇다고 했다.
개는 쭈그러진 얼굴로 나를 봤다. 한 번 더 쓰다듬었다. 잘 있어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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