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멍



여행과 책만들기는 마치 한 몸인 것 같다.

인천에서 타이페이로 2시간 반을 비행하자
두고 온 모든 것으로부터 1시간 뒤로 물러섰다.
손목시계바늘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린다.

나와 얽힘 없는 것들이 사는 1시간 뒤의 세계는 굉장히 가뿐했다.
남의 소유인 공간에선 살림을 할 필요가 없었고
오늘의 먹을거리와 스무등분한 오늘의 쓸 돈, 오늘의 그림만 생각했다.

다시 2시간 반 걸려 돌아온 집은 온통 내 손길을 기다린 듯 했다. 좀 싫었다.
가방을 풀지도 못하고 거실 한가운데 모아놓은 화분을 하나하나 살폈다. 시들어가고 있었다. 엄마가 차려놓고 간 따뜻한 음식이 보였다.
가을에 떠났는데 돌아오니 겨울이었다. 
난방과 가족 일 청소 따위를 신경쓰기 시작했다.

2018년, 해를 넘어왔다.



책표지에 구멍이 하나 있다. 
그 곳으로 들어가면/책을 펼치면/펄럭이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.
내가 아낀 시간들만 잔뜩 모아놓았다.
살림도 없고 가족도 없고 일도 없는 곳이다. 
한참을 천천히 그 안에서 떠도는 중이다. 그때 베어온 때를 뒤섞어보고 있다. 어렵다.
올해는 꼭. 만나보기를. 내 책.
 



덧글

  • 모리 2018/01/23 18:29 # 삭제 답글

    꼭 만날 수 있기를요. 전 제가 다닌 남도의 섬들을 다시 둘러보고 좀 더 조사해서 남도의 섬에 관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~
  • mole 2018/01/25 11:27 #

    앗! 남도의 섬! 꼭 만나고 싶은 책이군요.ㅎㅎ 나중에 기회되면 동행해요...모리님 홧팅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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